며칠 전 방송통신위원회는 한국의 떠오르는 스타트업 레진코믹스를 음란물 사이트로 분류하고 차단조치를 했다가 여론을 의식해 황급히 해제하였다. 전세계 슈퍼스타 기업인 우버(Uber)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으로 한국을 떴고, 직원들과 서비스를 이용했던 기사들은 범죄자로 분류되어 기소되었다. 실리콘벨리 최고의 투자사 Sequoia Capital의 투자를 받은 쿠팡은 천억대를 들여 만든 운송 시스템이 운수사업법 위반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누구나 가르칠 수 있고,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서비스인 우리 에듀캐스트도 교육청으로부터 황당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돈을 받는 교습행위는 대상과 방식을 불문하고 학원 또는 평생교육시설로 교육청에 등록하고, 강사의 학력을 포함한 개인정보를 교육청에 제출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또한 한국 어떤 협회에서 만든 자격증인 "평생교육사"자격자를 한 명 이상 고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에듀캐스트는 필요이상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고(학력 정보를 수집할리 만무하다), 가르치는데 자격이 필요하다 생각하지 않으며, 자체적인 수강생 보호 장치를 이중 삼중으로 마련하고 있다. 물론 평생교육사 100명을 데려놔도 교육의 미래에 대해 더 나은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팀도 보유하고 있다. 결국 해외법인으로 운영을 이전하면서(해외서비스의 경우 해당없음) 해프닝으로 종료되었지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자연스러운 행위 조차도 정부의 허락과 감시 아래에서만 할 수 있다는 현실은 매우 참담했다.

직접적인 경쟁도 있지만 정부의 스타트업 베끼기도 만연하다. 정부과제 중에 Onoffmix와 같이 구체적인 스타트업을 언급하고 베끼는 것을 발주한 경우도 있었다. 일부 스타트업에게는 정부의 협력을 대가로 사업 자체를 넘기라는 상식 이하의 요구를 하기도 했다. 한국형 유튜브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있었는데, 여전히 진행 중 인지는 모르겠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한편으로 지원을 통해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는 정부가 왜 한 쪽에서는 이해하지 못할 일들을 벌이는 것일까. 현상적 나열이나 비난보다는 깊이 있는 진단이 필요하다.

 

1. 왕국을 벗어나지 못한 한국


스타트업이 정부와 충돌을 빚는 것은 깊이 들어가보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역할이 중복되기 때문이다. 두 주체 모두 국민의 필요를 포착하여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를 창출한다.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도 공통적인 역할이다. 역할이 중복 되기 때문에 실행을 누가 할 것인가가 문제가 된다.

한국은 왕국이다. 헌법에서는 자유민주주의를 따른다고 되어있으나 5년에 한 번 대통령이 바뀐다고 자유민주체제라 볼 수는 없다. 왕국이라 보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신규 부가가치를 통한 발전의 과정을 정부가 다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봉건 시대 유럽을 보자. 그 해 작물은 어떻게 심을지 다른 영주로부터 무엇을 받아올지, 누가 무슨 역할을 맡을지를 영주가 정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다음 산업이 어디로 가야 할 지 누가 담당하게 될 것이고 누가 수혜자가 될 것인지 정부가 결정해왔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면 기업의 흥망성쇠가 뒤집힌다. 한국 주식시장에서의 '정치 테마주'는 이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한 정당이나 계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건국 이래 항상 기업의 흥망성쇠는 정권의 영향을 받아왔다. 사실상 첫 정권교체를 이뤄냈던 대통령도 그 비호아래 그룹이 망하거나 신생그룹이 급성장했다. 어떻게 보면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시절부터 한국은 계획경제체제를 따라온 것이다. 근원적 문제는 결국 한국은 정부가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민간에 이양 해야 하는 권력을 놓아주지 않고 산업을 직접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 민간 성과를 자신의 성과로 포장하는 공무원


공무원들이 황당한 실수를 하는 이유는 자신의 업무 범위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즉 국가 권력을 업은 공무원들이 "해도 되는 것"과 "해야 되는 것" "민간의 영역을 침해하는 것"에 대해 경계를 설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 기준이 없으니 레진코믹스 사태처럼 슬쩍 해보고 여론 눈치 봐서 뒤집는 일도 생기고, 상식적인 수준을 벗어난 기타 행동들도 부끄러움 없이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공무원을 뽑는 행정고시나 기타 시험에 이런 내용이 포함이나 되어있는지 의심스럽다.

정부가 민간의 일을 빼앗아 오는 방식을 보면 더욱 재미있다. 예시로서 튜닝 산업을 살펴보자. 한국은 튜닝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가해왔었다. 튜닝을 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허가 절차를 겪어야 했고 어느 정도 창의적인 부분들은 모두 금지시켰었다. 튜닝족들의 원성은 "법이 그렇기 때문에" 한마디로 다 묻혔다. 그러다 어느 날 대통령이 해외에 튜닝산업이 커있는 걸 목격하고는 한국은 왜 안 컸는지 물어본다. 정부가 못 크게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러고는 내리는 결론이 무지몽매한 민간에서 이를 스스로 키울 능력이 안되니 정부가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레퍼토리로 설립되는 것이 넘쳐나는 "협회" 혹은 "진흥원" 들이다. 그리고는 "규제 완화" 혹은 "규제 혁신"을 표방하면서 진작 안 만들면 문제 없었던 법들을 다시 없애는데 능력과 예산을 투입한다. 협회나 진흥원을 만들어놓고 낙하산을 파견하는 관습은 언급하지도 않겠다. 진흥원과 협회는 “산업 육성”을 빌미로 "자격증" 등의 이상한 제도를 만들어 업계와 종사자를 정부의 통제 아래 두게 만든다. 시간이 지나면 이 것이 다시 신생기업 탄생을 막는 낡은 규제로 변해간다.

준정부기관과 그로 인한 통제는 성과포장의 도구이다. (물론 많은 경우 굉장히 바람직한 지원을 하기도 한다.) 진흥원, 협회 이를 관장하는 담당 사무관, 주무부처 모두가 그 산업 육성에 대한 데이터를 자신의 업적으로 포장한다. 정당은 이 데이터들이 지지율에 미칠 영향만 고민하고 과잉 행정 과잉 입법인지에 대한 검토는 소홀히 한다. 그렇게 이 사태는 무한반복된다.

이 것보다 더 답답한 것은 사회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규제 개혁과 혁파를 외치면서 동시에 신규 산업에 대한 규제는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이 생기면 지켜보는게 아니라 정의를 하고 규제를 가할 생각부터 한다. 그래놓고 왜 산업이 육성되지 않았는지 궁금해한다. 규제 모양에 갇혀서 자란 한국 기업들이 마음껏 자란 해외기업들보다 잘 할 수가 없는데 왜 해외진출이 저조하냐고 궁금해한다. 금붕어가 따로 없다.

 

 

3. 실리콘 벨리의 토양


15년 2월에 실리콘벨리를 방문했다. 3번째였다. 2012년만해도 한국이 한참 뒤쳐져있었지만 지금은 한국의 창업 열기나 실력만큼은 전혀 뒤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대기업들도 있는 한국이 인구 300만의 실리콘벨리를 왜 이기지 못하는 것일까. 이번 방문은 여기에 대한 연구도 병행했다.

실리콘벨리의 출발선으로 볼 수 있는 반도체 회사 페어차일드에서 첫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당시 미국에서도 정치놀이에 희생되는 기업들이 있었다. 그래서 페어차일드는 워싱턴 반대편에 있는 사과 밭이었던 실리콘벨리에 회사를 세우게 된다. 그 이후 정치의 권위를 비교적 중요시 여기지 않는 "자유인" 이민자들이 몰려오면서 진정한 스타트업 클러스터로 성장하게 되었다.

지금도 기업들의 새로운 시도에 대해 실리콘벨리 시들은 대부분 "일단 허용" 방침을 내린다. 명시된 법을 위반하더라도 형사처벌을 성급히 하지 않는다. 우버나 에어비엔비가 대표적인 예다. 장기적으로는 추이를 지켜보고 허용하도록 법을 수정하거나 추가, 삭제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자유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 우버 관계자들을 입건하여 전과자로 만든 한국과는 극명히 대비된다.

인큐베이팅부터 VC 까지 한국은 모두 관치의 형태라면 실리콘벨리는 철저한 자유시장이다. 철저한 자유시장은 정부의 계획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자본이 과잉되면 자본이 줄면서 스타트업이 늘고 스타트업이 과잉되면 투자 가격이 떨어지고 자본이 다시 몰려온다. 한국의 경우 VC자금 절반 이상을 정부가 조성하고 있기 때문에 자금 과잉 사태가 벌어지면 VC들이 수익을 못 내서 폐업을 하고 업계 자체가 쇠퇴하게 되고 정부가 자금 줄을 끊으면 2000년대 중반처럼 벤처가 함께 멸종해버린다. 물론 자유시장 체계도 과잉과 안정화의 주기가 있지만 한국 정부의 정책 결정속도 보다는 훨씬 빠르기 때문에 효율적이다.

한 가지 예시를 더 들자면 한국은 소프트웨어 인력 육성 정책으로 인해 공급 과잉 사태가 빚어졌고 임금이 크게 떨어져 기피 업종이 되어버렸다. 기피 업종이 되니 우수인재가 가지를 않고 그로 인해 산업이 쇠퇴하여 다시 인력이 과잉 되는 악순환을 반복해왔다. 미국은 소프트웨어 인재 대졸 초봉이 1억이다. 연봉이 높으니 인기 직업 1위가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었고 이는 곧 미국에 충분한 소프트웨어 인재가 공급될 것임을 의미한다. 단기적인 손실은 이민을 개방하면서 해결하는 정책도 과감히 쓴다.

실리콘벨리는 정부가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실리콘벨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실리콘벨리처럼 뭔가를 한다는 것은 그 말 자체에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4. 관치의 욕망, 이제는 버려야


한국 정부가 여태까지 못해왔다는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계획경제체제는 어떠한 나라의 모델보다 성공적으로 한국을 성장 시켰었다. 스타트업의 시장 자체도 정부의 역할 없이 성장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이 졸업을 할 때가 되었다. 정부가 놓아 주어야 한다. 정권 성과의 탐욕을 버리고 민간이 스스로 하도록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정부가 할 역할은 진흥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규제를 충분히 고민해서 신중하게 만들고, 현재 있는 규제들을 완화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민간 영역과 중복되는 부분들에 대해 전수조사하고 관官의 역할 범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세워야 한다. 년째 국회에서 논의만 하고 있는 규제총량제도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 이는 현재 존재하는 지원 체계보다 훨씬 시급한 일이다.

개인의 창의는 정치적으로는 자유주의계열 시절에 가장 잘 발휘되어왔다. 한국도 정부가 모든걸 관치하에 두겠다는 욕망을 버리지 않으면 개인의 창의가 극대화 될 수 없다. 왜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는가. 창조경제의 본질은 정부가 경제 주체를 민간에게 이양하는 것이지 정부가 창의적인 성과물들을 자신의 성과물로 재포장하는 것이 아니다.

 

5. 스타트업의 대처법


스타트업은 두 가지로 대처할 수 있다. 적극적으로 정부와 입법부를 설득해나가는 방법이 있고 해외로 나가는 방법이 있다. 규제 속에서 억지로 성장하는 것은 애초에 좋은 선택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치권과 정부를 설득해 나가는 데는 스타트업들이 연합해서 공감대를 끌어내기 위한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한다. 그런 면에서 정말로 급한 상황이고 사업 자체에 위기를 맞은 스타트업이라면 해외로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다. 특히 스타트업 육성에는 적극적이면서도 법률적으로 온라인 규제가 덜한 일본과 미국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 한국과학창의재단 요청으로 강연을 나간 자리에서 "교육 스타트업의 경쟁자는 기업이 아니라 정부"라는 언급을 했었는데 담당 실장님이 구체적으로 물어봐 주셨다. 한국의 공무원들이 단점이기도 하지만 장점인 부분은 일단 어떤 얘기든 들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것 때문에 불필요한 규제가 생기는 면도 있지만 또 이 덕분에 스타트업들의 규제 관련된 문제들이 해소될 수도 있다고 본다.


나는 대한민국을 사랑한다. 거주를 포함하여 해외경험도 많지만 진정으로 한국이 훌륭하고 더 잘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저 새로운 도전을 하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정부의 지나친 관여 때문에 애정과 의욕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영 > 경영일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정부의 스타트업 죽이기  (4) 2015.04.03
  1. 조아하자 2015.04.03 14:05 신고

    우리나라야 뭐 전자결제 ActiveX와 관련된 법만 봐도 답없음을 알수있죠.

  2. pys 2015.04.04 12:41 신고

    ㅋㅋㅋ ^^ 창조경제하는 이유는 좁은 땅에서 무ㅓ하려하지말고 외국에 나가 성공하라는 속깊은 뜻이 아닐까요 ? ^^

  3. 2015.10.16 22:38 신고

    굉장히 와닿네요!

  4. 강유빈 2015.11.27 01:55 신고

    명필이다 진짜 .. 인정!

+ Recent posts